책과 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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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하나의 미국’은 애초부터 없었다
분열하는 제국 콜린 우다드 지음·정유진 옮김 |글항아리 | 504쪽 | 2만4000원 미국에서 공화당이 우세한 주를 흔히 ‘레드 주’라고 부른다. 반면에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은 ‘블루 주’다. 200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버락 오바마는 미국이 하나로 연대했던 과거의 경험들을 떠올리면서 “두려움과 냉소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했다. 그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우리는 두려움보다 희망을 택했다. 우리는 분열보다 단결을 선택했다”고 외쳤다. 이처럼 미국 정치인들에게 ‘단결’은 빼놓을 수 없는 수사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대권을 잡으려는 이들은 너나없이 ‘하나의 미국’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책의 저자 콜린 우다드는 오히려 ‘분열’에 주목한다. 역사 분야 저널리스트인 그는 “미국의 근본적인 공동..
2017.07.03 -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신화자전’ 앱의 ‘수난’
중국판 국어사전인 ‘신화자전’(新華字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정기개정)이다. 전 세계에서 모두 5억6700만권(2015년 7월 기준)이 팔렸다. 권수로는 성경 다음이다. 지금까지 11차례의 개정을 했고 200쇄 넘게 인쇄했다. 지난해 6월 세계기네스기록원은 신화자전을 기네스북의 ‘가장 인기있는 자전’과 ‘가장 많이 팔린 책’에 등재했다. 이 자전은 1953년부터 출판됐지만 중국 최초의 근대 출판기관인 상무인서관에서 1957년 찍어낸 1쇄를 초판으로 친다. 올해로 꼭 70주년을 맞은 신화자전이 애플리케이션 출시와 동시에 수난을 겪고 있다. 신화자전은 최근 스마트 기기용 애플리케이션을 유료 버전과 무료 버전으로 나누어 출시했다. 무료버전은 하루에 단 두 글자만 검색할 수 있다. 더 검색하려면 유..
2017.06.30 -
오기사가 발로 쓴 중국, 중국인
ㆍ중국인은 왜 시끄러운가 ㆍ오영욱 지음 | 스윙밴드 | 312쪽 | 1만5000원 제목에 혹해 집어 들었다면 첫인상만으로 실망할지 모른다. 이해하기 힘든 점투성이인 중국인을 이해할 수 있는 인류학적 보고서를 기대했다면 말이다. 이 책은 흔해 보이는 중국 주요 도시 탐방기다. 그런데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몇장 들추기 시작하다 보면 이 여행 에세이에서 묘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공항에 내리고 도심에 들어서는 과정으로 시작되는 평범한 이야기에는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이 녹아 있다. 건축가인 저자는 흔적만 남은 성곽터와 같은 문화유산뿐 아니라 공항의 내부 모습, 길거리 간판, 골목길 형태, 호텔방 바닥, 식당가 지붕 등 일상적인 주거 공간을 만나는 순간에도 이를 문화, 역사적으로 투사해낸다. 한 공간을 통해 ..
2017.06.28 -
'술꾼 서점 직원 대상'...일본 출판계 이끄는 '서점 발 베스트셀러'
독자들뿐 아니라, 서점 직원들도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다. 일본에서 서점발(發) 베스트셀러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책의 일부를 가리고, 서점 직원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드는 등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을 널리 읽히기 위한 서점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효과를 보면서다. ‘독서광’ 서점 직원들의 열의와 자신감이 불황 속 출판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 고토구의 기노쿠니야 서점 라라포트도요스점의 특설 판매대에는 책 말미의 해설을 필름으로 가린 문고본이 늘어서 있다. 하야미 가즈마사의 미스터리 소설 문고본의 가려진 해설 부분에 삽입된 종이에는 “소설을 다 읽고 난 뒤 해설을 읽지 않으면 소설의 충격이 절반 또는 제로가 될 것”이라는 이 서점 문고담당자의 홍보글이 쓰여 있다. 지난 3월 이 실험을 시작한 ..
2017.06.28 -
<해리 포터> 출간 20년...세계는 아직도 ‘마법앓이’
남편과 헤어진 영국의 싱글맘 조앤 롤링이 1993년 12월 갓난 딸 제시카를 데리고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도착했을 때 짐가방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 제1권 의 세 장(章) 분량의 원고가 들어 있었다. 3년 전 맨체스터에서 런던으로 오던 길에 연착된 기차 안에서 구상을 떠올린 것을 시작으로 줄거리를 짜고 살을 붙여 만든 첫 원고였다. 아기를 재우고 틈틈이 써낸 원고는 출판사 12곳에서 거절당하다 1997년 6월 27일에야 세상 빛을 봤다. 그나마 블룸즈버리 출판사는 1권 초판을 딱 500부만 찍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2017년 현재 해리 포터 시리즈는 79개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서 4억5000만부가 팔려나갔다. 아이리쉬타임스는 “해리 포터는 어린이도서의 전과 후를 나누는 경계선이 됐다”며 “해리 포터..
2017.06.28 -
일본 최초의 잡지 전문 도서관을 지켜라
2017.06.13 “몇 번이나 신세를 졌는데.” “이곳이 없었으면 논문을 쓰지 못했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있는 도서관 ‘오야 소이치(大宅壯一) 문고’(사진)에 최근 보내져온 응원의 메시지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재정 위기에 빠진 이 도서관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크라우드 펀드를 모집하자 각계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오야 소이치 문고는 일본 최초의 잡지 전문 도서관이다. 평론가 오야 소이치(1900~1970년)의 유지를 받들어, 그가 모아온 잡지들을 중심으로 1971년 개관했다. 오야 소이치는 ‘1억 총백치(白痴)화’ ‘공처(恐妻·남편을 눌러 쥐여살게 하는 아내)’ 등의 조어를 만들어내는 등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평론가다. 그가 살던 집을 개조한 오야 소이치 문고는 잡지를 중심으로 78만..
2017.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