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7. 20:15ㆍ영화와 TV
개봉을 앞둔 영화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 공식 트레일러 영상 캡처
러시아에서 16일(현지시간) 예정인 미국 디즈니사의 신작 영화 <미녀와 야수> 상영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화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국영통신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집권 통합러시아당 비탈리 밀로노프 의원(43)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녀와 야수>는 동성애 선전 영화”라며 상영 금지를 주장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문화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녀와 야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죄악과 변태적인 성관계를 선전하는 뻔뻔스러운 영화”라면서 “개봉 전에 따로 상영회를 열고 동성애 선전 요소가 보이면 영화 상영을 완전히 금지하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영화 개봉 시기가 학생들의 봄방학 시작과 겹치기 때문에 자녀들을 걱정하는 부모들로부터 편지를 받고 있다”면서 “아이들을 세상의 추잡함과 유해하며 위험한 것들로부터 보호하고, 그 순수함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임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알렉산더 쇼로코프 의원도 “영화 속 동성애자의 러브신이 법에 위배된다면 상영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러시아 배우 파벨 데레비안코는 국영방송 러시아24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 영화를 보러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을 받은 메딘스키 문화장관은 “영화 필름 사본을 구하는 대로 법에 저촉되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주도 아래 최근 몇년 사이 급격히 우경화하고 있다. 2013년 푸틴은 ‘동성애 혐오법’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반동성애법에 서명했다. 미성년자에게 ‘비전통적’ 성관계를 선전하거나 동성애를 옹호하는 말을 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밀로노프 의원이나 메딘스키 장관이 <미녀와 야수> 상영 금지 근거로 거론한 법이다. 밀로노프는 2013년 당시 지방의원으로 반동성애법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1993년 동성애금지법을 폐기했고 1999년에는 정신질환 명단에서도 동성애를 제외했다. 20년만에 동성애반대법을 부활시키면서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푸틴은 ‘서방과의 가치관 싸움’이라는 식으로 법안을 포장했다.
푸틴은 지난달 초 가정폭력 처벌을 완화하는 법도 승인했다. 의회에서 법을 만들었지만 사실상 푸틴이 지시한 ‘주문형 입법’이었다. 여성계가 강하게 비판했지만 푸틴은 ‘보수적 가족의 가치’를 앞세워 밀어붙였다. 푸틴 정부가 반대세력을 억누르고 지지층을 규합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사회 우경화를 이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녀와 야수>는 1991년 개봉한 같은 제목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26년만에 실사로 리메이크한 영화다. 영화 <해리포터>로 유명한 엠마 왓슨이 여주인공을 맡았다. 빌 콘돈 감독은 지난달 영국 동성애 잡지 애티튜드 인터뷰에서 “한 남성 등장인물이 다른 남성에게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나온다”고 직접 밝혔다.
디즈니 영화 최초로 동성애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소식에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앨러배마주에 있는 헤네거 자동차극장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미녀와 야수> 상영을 거부했다. 이 극장 소유주는 지난 2일 페이스북 극장 계정을 통해 “11살 손녀와 8살 손자와 같이 볼 수 없는 영화라면 보지 않아도 된다”면서 영화를 상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이나 예수와 함께 앉아 볼 수 없는 영화라면 상영할 수 없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 상관없다. 우리는 성경의 가르침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CNN은 “헤네거 극장이 올린 페이스북 글은 하루만에 지워졌다”면서 “수천 명이 지지 혹은 반대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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