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가 '백인 잔치' 오스카에 보내는 메시지

2017. 6. 27. 20:08영화와 TV

아카데미상(오스카) 시상식과 더불어 미국의 양대 영화 시상식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후보 명단이 1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제 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다음달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다.

화제작인 <라라랜드(La La Land)>와 <문라이트(Moonlight)>가 각각 7개 부분,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관심을 받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또 다른 점에 주목했다. ‘백인 일색’이라는 질타를 받아 온 이들 시상식이 얼마나 다양성을 반영했는가 하는 문제다. 

다음달 8일 열리는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녀 주연상 및 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 전체 30명 중 6명이 비백인이다. 골든글로브닷컴


오스카 시상식은 2년 연속 남녀주연상·조연상 후보 20명 전원을 백인으로 채워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영화감독, 제작자, 배우, 시나리오 작가 등 영화인들이 회원이다. 명단은 공개되지 않지만 백인이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는 55개국에서 온 할리우드 외신기자 85명이 심사해 수여하는 상이다. 아카데미상보다 약 두 달 앞서 치러지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아카데미와 줄곧 경쟁관계이면서 동시에 그 해의 시상식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해 왔다.

이번 골든글로브는 얼마든지 다양한 수상자 선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남녀주연상·조연상 후보 30명 중 흑인·아시아계 등 비백인 배우 6명이 이름을 올렸다. <펜시스(Fences)>의 댄젤 워싱턴은 영화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러빙(Loving)>의 루스 네가는 영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 부문 남우조연상 후보에는 <문라이트(Moonlight)>의 마허샬라 알리가 올랐다. 또 다른 남우조연상 후보인 <라이온(Lion)>의 데브 파텔은 인도계 영국인이다. 여우조연상 후보 명단에는 <펜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 <문라이트>의 나오미 해리스,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의 옥타비아 스펜서가 이름을 올렸다. 

영화의 주제도 눈여겨 볼 만 하다. <펜시스>는 인종과 가족관계를 다룬 극작가 오거스트 윌슨의 연극을 영화화한 것이다. <문라이트>는 마이애미의 가난한 근교에서 성장하는 한 흑인 청년에 대한 얘기다. <러빙>은 백인과 비백인 간 출산을 금지한 법에 저항했던 한 부부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히든 피겨스>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던 1960년대 우주탐사의 영광 뒤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흑인 여성 과학자들을 그렸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날 발표된 골든글로브의 다양한 수상자 명단은 ‘오스카는 너무 하얘 (#OscarsSoWhite)’라는 꼬리표가 달린 아카데미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올해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오스카가 가장 최근 시상식에서 후보 명단을 모두 백인으로 채웠을 때 전세계적인 비난이 있었다”며 “골든글로브가 꼭 오스카의 전조가 되는 건 아니지만 골든글로브 후보자 명단은 (오스카에서도) 다양한 (후보자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줬다”고 분석했다.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AMPAS 위원장 자리에 오른 셰릴 분 아이작스는 지난 1월 아카데미 회원의 여성·소수자 비율을 2020년까지 2배 이상 늘리는 개혁안을 내놨다. 이제 내년 초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은 답을 내놓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