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7. 20:51ㆍ영화와 TV
중국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22(二十二)>가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 중 중국 대륙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박스오피스(CBO) 집계에 따르면 17일 낮 12시 현재 <22>는 누적 매출액 4863만 위안(약 82억원)을 기록했다. ‘세계 위안부의 날’인 14일에 개봉해 나흘 째 거둔 성적이다. 이 같은 흥행 속도로 미뤄볼 때 중국 대륙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 기록을 가진 <우리는 중국에서 태어났어요>의 기록인 6660만 위안을 이번 주 중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개봉 당일인 14일에는 상영관 점유율이 1.5%로 미비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사흘 만에 11.2%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극장 성수기를 맞아 대작 영화가 쏟아진 극장가에서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가 10% 넘는 스크린을 점유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중국 유명 평점 사이트인 도우반(豆辯)의 평점은 9.1(10점 만점)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22>가 1억 위안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궈커(郭柯) 감독은 법제만보와 인터뷰에서 “대중들이 박스오피스 성적만 기억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 봐주기를 바란다”면서 수익금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상하이사범대의 중국 위안부문제연구센터에 기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생활과 관련 연구에 사용할 예정이다. 상하이사범대는 지난해 중국 내 첫 한·중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진 곳이기도 하다.
중국인 위안부는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궈커 감독은 위안부 출신 웨이사오란(韋紹蘭) 할머니와 아들 뤄산쉐(盧善學)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위안부 다큐 제작을 하게 됐다. 웨이 할머니는 20살이던 1944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간 뒤 석달 만에 위안소에서 탈출했으나 일본군의 아이를 임신했다. 이 아이가 뤄산제다.
궈 감독은 2012년 웨이 할머니의 사연을 중심으로 단편 다큐멘터리 <32>를 제작했다. 제목인 32는 당시 생존해 있던 위안부 할머니 숫자를 의미한다. 궈 감독은 2014년 1월부터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들을 삶을 기록하기로 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제목은 당시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인 <22>가 됐다. 궈 감독은 중국 내 5개 성(省)을 돌면서 할머니들과 인터뷰했다.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주로 4명의 생존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후베이성의 마오인메이(毛銀梅·한국명 박차순), 하이난성의 린아이란(林愛蘭), 리메이진(李美金), 산시성의 리아이롄(李愛連) 등의 사연이 담겼다. 한국에서 태어난 고(故) 박차순 할머니는 19세이던 1942년 중국 내 일본군 점령지역에 끌려가 해방 전까지 위안소에서 고초를 겪었다. 이후 중국에 삶의 터전을 꾸리고 이름(박차순)을 마오인메이로 바꾸었다. 촬영하는 과정에 생존자는 9명으로 줄었고, 상영을 이틀 앞둔 14일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황유랑(黃有良)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8명이 됐다.

다큐멘터리 ‘22’의 한 장면
이 다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과 과거를 객관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요리하고 청소하는 생활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22>는 상업성이 낮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다큐멘터리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를 찾지 못해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모금했다. 3만여 명이 참여해 100만위안(약 1억700만원)의 제작비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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