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위험한 ‘카슈미르 힌두성지 만들기’

2017. 9. 7. 20:49역사와 흔적

힌두 민족주의로 무장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의 ‘순례자 십자군’이 카슈미르의 미래를 위협하는 새로운 불안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는 9일(현지시간) “인도가 순례자들을 무기 삼아 카슈미르를 제2의 예루살렘으로 만들려 한다”고 보도했다. 무슬림 인구가 많아 독립 요구와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인도 최북단 잠무카슈미르주를 힌두 성지로 부상시켜 포기할 수 없는 땅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잠무카슈미르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된 후 인도 영토가, 인접한 아자드카슈미르와 길기트발티스탄은 파키스탄 땅이 됐다. 이들 지역을 아울러 카슈미르라고 한다. 

잠무카슈미르주의 주요 성지는 해발 3888m에 위치한 아마르나트 동굴사원이다. 지난해만 순례자 20만명이 찾았다. 카슈미르 반군단체의 한 지휘관이 인도군 공격으로 피살돼 방문이 일시 중단되지 않았다면 그 수는 훨씬 늘었을 것이다. 2015년 순례자는 30만명이다. 

순례자는 카슈미르 독립을 요구하는 반군단체들의 공격 대상이다. 지난달에는 파키스탄 지하드 조직의 공격으로 순례자 7명이 숨졌다. 모디 총리는 트위터에 “말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다”고 적었지만 이 ‘위험한 순례’를 용인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사건 발생 직전 정보당국의 공격 징후 보고가 있었지만 조치는 없었다. 정부는 또 순례자의 교통편과 음식, 숙소도 무료로 제공한다. 순례자 안전을 위해 연 70만명의 군병력을 동원하기도 한다. 

당초 아마르나트는 수십만명이 찾는 성지가 아니었다. 포린폴리시는 지난 수십년간 방문객은 4000명을 웃돌 정도였으나, 모디 집권 이후 급증했다고 밝혔다. 카일라시 사원 등 이 지역 다른 사원들도 순례자가 늘어나고 있다. 

분쟁 지역이 성지가 되면 평화적인 협상은 더 어려워진다. 분쟁과 충돌이 끊이지 않는 예루살렘이 대표적이다. 지역 언론인 마지드 히데리는 “무장단체의 순례자 공격은 지역 내 무슬림 거주자에 대한 힌두교도의 공격을 부를 수 있다”며 순례자와 무슬림 주민들이 ‘더러운 정치’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