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7. 20:18ㆍ공연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15일 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쇼엔펠드극장을 찾아 이곳에서 상연 중인 캐나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출연진들과 인사하고 있다. _저스틴 트뤼도 페이스북
지난 15일 밤(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쇼엔펠드 극장.
‘이방인을 향한 포용’을 말하는 캐나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Come from away)> 공연이 시작되기 전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무대에 올라 뮤지컬을 소개하며 짤막한 인사말을 했다. “암흑의 시절에 서로에게 기대는 것이 무엇인지, 서로를 위해 있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보게 될 겁니다.”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잇따라 발동하고 멕시코 장벽을 쌓으려 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을 향해 포용과 연대를 말하는 트뤼도의 ‘뮤지컬 외교’였다.
같은 시각 객석 F열에는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가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트뤼도의 자리 바로 옆이 이방카의 자리였다. 이방카의 오른쪽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앉았다. 트뤼도는 말을 이었다. “캐나다와 미국처럼 우정을 가진 관계는 없습니다. 이 멋진 작품은 그 우정에 대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꺼내든 트럼프에게 양국의 관계를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지난 15일 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캐나다 뮤지컬 <컴프롬웨이>를 보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참석했다. 캐나다프레스
캐나다 언론 토론토스타는 16일 사설에서 “이반카가 트뤼도의 초대를 받고 그 뮤지컬을 봤을 때 교훈적 메시지는 더 선명했다. <컴프롬어웨이>는 뮤지컬이 만들어진 곳, 캐나다처럼 트럼트 지지자들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와 고립주의를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적었다.
지난 12일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컴프롬어웨이>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테러 직후 미국의 하늘이 폐쇄되자 38대 비행기가 인근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의 작은 마을 갠더에 불시착했다. 마을 인구는 갑자기 두배로 불어났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오도가도 못하게 된 승객 수천명에게 잘 곳과 먹을 것을 내어주면서 따뜻하게 맞았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배역은 실제 마을 주민과 승객의 이름을 따왔다.
<컴프롬어웨이>는 캐나다 토론토의 한 뮤지컬 제작자이자 변호사였던 마이클 루비노프가 착안한 것을 부부 제작자인 데이비드 헤인, 이렌느 산코프가 만들었다. 이들 부부는 2011년 갠더 마을에서 열린 10주년 행사에서 주민들과 다시 마을을 찾은 승객들을 인터뷰한 뒤 작품으로 옮겼다. 2012년 초연을 시작으로 뮤지컬은 대성공을 거뒀다.
트뤼도의 ‘뮤지컬 외교’는 성황이었다. 그는 이날 극장에 유엔 주재 대사 125명 등 각국 외교 사절 600명이 자리했다. 객석에는 캐나다 국기를 들거나 캐나다의 상징 단풍나무잎이 그려진 옷을 입고 온 캐나다인들이 많았다.
토론토스타는 “이 뮤지컬은 개방과 포용의 힘을 단언하고, 깊은 분열의 시대에 ‘다름’의 얄팍함을 보여준다”며 “트럼프 트라우마를 겪는 미국에 주는 매우 캐나다다운 선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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