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31. 17:22ㆍ영화와 TV
2017.7.28
중국 언론들이 일본 강점기 강제 징용을 다룬 영화 <군함도>를 항일 대작이라고 평가하는 등 집중 보도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로 한국 드라마·영화 등 한류 콘텐츠가 제한을 받는 상황에 나온 보도라 주목된다.
관영방송인 CCTV는 28일 오전 뉴스에서 <군함도>와 관련해 영화 내용과 출연진, 관객 반응, 논평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CCTV는 지난 26일 개봉한 군함도가 일본 침략기 강제노역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송중기·황정민·소지섭 등 한국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CCTV는 이 영화를 항일 대작이라고 표현하며 “군함도(端島·하시마)는 일본 나가사키(長崎) 인근의 인공섬으로 1940년대 많은 조선인이 해저탄광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린 곳으로 ‘지옥도’라고도 불린다”며 “일본은 이를 근대화 유적으로 규정해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인들이 일본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점도 상세히 보도했다. 별도의 논평을 통해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의 태도를 비교하는 등 일본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는 태도를 비판했다.
인민망도 “지난 26일 <군함도>가 개봉 첫날 97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며 “이는 지난해 <부산행>의 87만명을 넘어 한국영화 사상 첫날 최다 관객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군함도>가 일본 식민통치 시절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징용된 400여명의 한국인들의 투쟁을 담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매체가 한국 영화에 대해 상세히 보도한 것은 지난해 3월 위안부를 소재로 한 <귀향> 이후 <군함도>가 유일하다. 당시 CCTV와 신경보는 <귀향>이 14년간 우여곡절 끝에 7만5000명의 국민 모금으로 제작됐으며 할리우드 대작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며 의미를 설명했다.
중국은 일본이 난징대학살, 위안부 강제 동원 등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데 대해 “진실은 고의로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역사를 직시해야 미래를 얻을 수 있다”며 강하게 비난해왔다. 사드 배치로 한류 콘텐츠를 제한 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국 영화를 심층 보도하는 것은 단순한 문화 상품이 아니라 역사적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CCTV는 군함도가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 기록영화가 아니다’라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의 발언과 일본 매체들의 부정적인 보도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뤘다.
관영 신화통신도 지난 24일 논평을 통해 일본이 2차대전 당시 군함도에서 저지른 죄악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일본이 이웃나라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역사인식의 차이 때문”이라며 “일본 침략의 피해국들은 생명을 경시하고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 일본을 항상 경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은경 베이징 특파원
일본 언론·정부 “과장” “창작물일 뿐” 민감한 반응
일본 언론들은 27일 영화 <군함도>의 개봉 소식을 전하며 영화의 ‘과장’ ‘창작’을 부각시키고 있다.
<군함도>가 한국민의 대일 감정을 악화시켜 한·일관계에 영향을 줄 거라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을 강조하며 군함도의 역사와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가 부각될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영화 개봉 소식과 작품 내용을 전하며 “역사적 사실이 아닌 이야기”라고 깎아내렸다. 산케이는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가 갱도 내부에서 사망하는 장면을 비롯해 일본인과 조선인을 불문하고 살해 장면이 극히 잔혹하게 묘사돼 있다”며 “조선인 여성이 유곽에 강제로 보내지거나 욱일기를 찢는 장면도 있어 한국인의 반일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보는 사람들에게 정치적으로 호소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강제징용공 문제와 관련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일본의 전쟁 중 역사를 과장되게 묘사해 대일 감정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주장이 있다”고 전했고, 지지통신은 “한국 내에서 징용공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한·일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류승완 감독의 발언 중 ‘창작물’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군함도 역사의 진실과 징용공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6일 브리핑에서 “감독 자신도 창작된 이야기라고 말했다”며 “징용공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김진우 도쿄 특파원
'영화와 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덩케르크 철수작전, 이 도시도 구할까 (0) | 2017.07.31 |
---|---|
살인자가 된 빈민가의 아이, 현실이 된 영화 <시티 오브 갓>의 비극 (0) | 2017.07.31 |
짱구에 울트라맨까지…중국의 베끼기에 뿔난 일본 (0) | 2017.07.30 |
할리우드의 성·소수자 차별은 바뀔 수 있을까 (0) | 2017.07.30 |
인어공주부터 모아나까지 총집합 “더 이상 왕자를 기다리지 않아요” (0) | 2017.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