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30. 09:54ㆍ라이프
지난 12일 난징시에서는 농구 코트에서 광장무를 추는 아주머니들과 청년들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중국 난징(南京)에서 광장무(廣場舞) 중년과 농구 청년 간 싸움으로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15일 현지 언론인 현대쾌보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2일 난징시 젠예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다. 이 단지에는 인근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녹지 공원이 있다. 양쪽에 위치한 40∼50㎡ 작은 광장에는 아침저녁으로 광장무를 추는 중·노년들이 몰렸다. 문제는 지난 5월 농구 코트가 만들어지면서 부터다. 농구장이 만들어지자 근처 중고등학생 뿐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이곳을 찾아 농구를 즐겼다.
그러나 광장무 출 공간이 부족해진 중·노년들이 농구 코트에서 광장무를 추는 일이 생겼고, 농구 코트를 잃게 된 젊은이들과 말다툼이 빈번해졌다. 급기야 12일에는 30여명의 광장무 아주머니들과 농구 청년들간의 말싸움이 벌어졌고 나중에는 청년들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관련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로 번지면서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는 “몰지각한 노인들”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나이들었다고 예의 없이 행동하는 일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문화대혁명 때 못된 버릇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등의 반응이다. 광장무 갈등이 세대 갈등으로 번지는 듯한 모양새다.

광장무는 중국 특색의 문화 체육 활동으로 공원이나 광장에서 단체로 춤을 추며 건강을 단련한다.
광장무 중년들도 할 말은 있다. 녹지 공원에서 수 년간 계속 광장무를 춰왔는데 공간은 계속 줄어들고, 심지어 다른 공간은 조명이 어두워 광장무를 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농구코트도 결국 공공 체력 단련장 시설인데 꼭 농구만 하라는 법이 있냐고 항변했다. 양측은 경찰과 주민위원회의 중재로 화해했지만 인터넷상의 논란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치러진 중국 수능시험인 가오카오(高考) 기간에는 광장무가 사실상 금지된다. 몇년 전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른 오전이나 저녁 늦은 시간에는 광장무를 금지하는 조례가 시행되고 있는데 수능이라는 특수한 시기에는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가오카오 기간인 지난 7일. 시안(西安)시의 한 체육관 야외 광장을 순찰하던 경찰이 50∼60명의 중노년들이 광장무를 추는 것을 발견했다. 음악소리가 시끄러워 수험생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중지를 권고했지만 이들은 “학생들에게 시험이 중요하면 우리에게도 건강이 중요하다”면서 거부했다. 그만하라는 경찰과 계속 추겠다는 아주머니들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경찰이 이 과정에서 타박상을 입었다. 광장무 아주머니들은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된 상태다.
최근 이 같은 광장무 갈등이 이어지면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광장무는 한 때 정부 차원에서 독려했던 중국 특색의 문화 체육 활동이다. 주로 중·노년 여성들이 수십명 씩 무리를 지어 운동장이나 아파트 단지 공원에서 춤을 선보이는데 예술적 표현이자 건강 단련의 한 방법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후 공산당과 정부가 민중 문화와 건강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발전했다. 사실상 당의 지침을 구두로 전하는 반상회 같은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1990년대 이후 경제 발전에 따라 지방 정부에서 ‘문화 광장’을 조성하면서 광장무를 출 공간이 많아지면서 더욱 활성화 됐다.
그러나 빠른 도시화로 녹지 공원이 줄어들고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소음 발생 때문에 민원 제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젊은층들은 광장무를 촌스럽고, 시끄러운 노인들의 오락으로 치부하면서 세대 갈등으로 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이래저래 수십 년간 인기를 누려온 광장무가 위기를 맞고 있다.
박은경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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