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칼라시니코프 동상...“‘죽음의 창조자’에 동상이라니”
미국의 대표소총 ‘M-16’과 쌍벽을 이루는 러시아의 소총 칼라시니코프(AK-47)를 개발한 미하일 칼라시니코프의 동상이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 한복판에 세워지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죽음의 도구를 만든 사람을 기념하는 동상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북쪽 트베르크코이 지역의 한 교차로에서 칼라시니코프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9m 높이의 동상은 칼라시니코프가 자신이 만든 AF-47를 쥐고 서 있는 모습이다. 기단에는 사탄에 맞서 싸우는 미카엘 천사가 새겨져 있다. 미카엘의 러시아식 이름이 미하일이다. 동상 제작에 3500만 루블(약 6억8000만원)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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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막식에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문화부 장관, 표트르 비류코프 모스크바 부시장 등 정부 고위 인사들과 러시아 정교회 인사들이 참석했다. 메딘스키는 “이 동상은 러시아의 문화 브랜드”라고 했다. 러시아 정교회 전 대변인 프세볼로드 차플린은 페이스북에 AK-47은 “신성한 무기”라고 썼다.
러시아의 국영 무기제조업체 이즈베스크 조병창에서 일하던 군인 칼라시니코프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독일군에 당하는 소련군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 1947년 AK-47를 내놓았다. 2013년 95세로 세상을 떠난 칼라시니코프는 생전 “죽음의 도구가 아니라 조국을 지키기 위해 AK-47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분해·조립이 쉽고 저렴한 AK-47는 아프리카·남미 등 전세계 분쟁지역 무장세력에게 애용하는 무기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1억정 이상이 사용 중인 추산된다. 가디언은 AK-47에 맞아 숨진 사람을 연간 25만명이라고 적었다.
동상을 만든 조각가 사블라트 세르바코프는 러시아투데이에 “칼라시니코프의 발명품이 죽음의 도구였던 점을 감안해 선과 악 사이의 투쟁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칼라시니코프 동상을 보는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막심 보론초프(34)는 “정부가 우리 문화를 되살리고 젊은이들에게 우리의 과거를 보여주려는 시도”라고 호평했다. 반면, 갈리나라는 여성은 “위대한 러시아 작가들의 동상을 세울 공간도 충분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