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시상식장 달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드레스
골든글로브 시상식, 수퍼볼에 이어 그래미 시상식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둘러싼 정치논쟁을 피해가지 못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탄핵’, ‘여성의 힘’이라는 쓰여진 티셔츠가 등장하는가 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드레스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싱어송라이터 조이 빌라였다. 빌라가 이날 레드카펫에 서서 드레스 위에 걸친 긴 흰색 가운을 벗어 던지자 파란색 머메이드 드레스가 나타났다. 드레스 위에는 트럼프의 지난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었다. 드레스 뒷자락 아래에는 트럼프(TRUMP)가 큼직하게 새겨져 있었다.

미국 록밴드 하일리 서스펙트의 멤버 조니 스티븐스가 1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탄핵’이라고 쓰인 재킷을 입고 참석했다. 동료 라이언 메이어, 리치 메이어가 손으로 재킷의 문구를 가리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
소셜미디어에서는 “올해 최악의 드레스 후보” “차라리 저번에 입은 오렌지색 그물 드레스가 더 나았다”며 비난이 쇄도했다. 진보성향이 강한 미국 대중문화계는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 등 소수자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정책을 쏟아내는 트럼프를 비판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빌라는 아버지가 이탈리아계, 어머니는 흑인과 미국 원주민 혼혈이다. 빌라는 또 트위터 프로필에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해 놓았다. 그럼에도 여성을 비하하고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한 건 모순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빌라의 인스타그램에도 “드레스도 끔찍하고 당신이 지지하는 사람들도 끔찍하니 잘 어울린다” “당신이 믿는 것을 지지하는 방법, 트럼프가 좋다”며 찬반 댓글이 2200개 넘게 달렸다. 빌라는 이곳에 “때때로 당신을 자유롭게 표현해야 한다. 삶은 자유롭게 살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빌라는 유별난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그래미상 시상식에는 공룡 뼈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드레스를, 2015년에는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오렌지색 그물 드레스를 입었다.

미국 힙합가수 스쿨보이큐가 12일 그래미 시상식에서 ‘여성의 힘’이라고 쓰인 핑크색 모자티를 입고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Andrea Mandell 트위터
반면, 밴드 ‘하일리 리스펙트’의 멤버인 조니 스티븐은 등 쪽에 탄핵(IMPEACH)이라고 쓰인 재킷을 입었다. 흑인 힙합가수 스쿨보이큐는 ‘여성의 힘(Girl Power)라고 쓰인 핑크색 모자티를 입고 핑크색으로 옷을 맞춰 입은 딸과 함께 레드카펫을 걸었다.
경향신문 이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