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글

미국 종이책 르네상스 부르는 베조스의 아마존

bomida 2017. 6. 27. 20:10

좀처럼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국내 출판계와 달리 미국은 종이책 인기가 살아나고 있다. 출판 시장이 디지털 혁명에 휩쓸려 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잠잠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출판계가 르네상스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 중심에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이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7년 베조스는 전자책 단말기 킨들과 킨들을 통해 책을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10년 전 그는 킨들을 이용하면 10달러도 채 안되는 가격으로 베스트셀러를 읽을 수 있다며 전자책 대중화에 힘썼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베조스는 전자책 저가정책을 포기했다. 존 그리샴의 신작 <휘슬러>의 하드커버 종이책을 아마존에서 구입하려면 14.47 달러를 내야한다. 킨들 전자책은 이보다 더 비싼 14.99달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킨들이 이미 전자책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전자책을 싼 가격에 팔 필요가 없어졌다”고 전했다.

베조스가 전재책 저가 공세를 포기하면서 종이책 판매부수도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종이책 판매량은 2015년에 비해 3% 올랐다. 같은 기간 아마존도 종이책 판매부수가 3500만부 늘었다. 미국 전체 출판계에서 전자책의 점유율은 2012년 46%에서 2015년 34%로 하락했다. 대형 출판사들의 수익이 호전되고 있고, 새로 문을 여는 서점도 늘고 있다. 아마존은 킨들 출시 당시만 해도 기존 출판계와 갈등을 빚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균형점을 찾은 모양새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디지털 혁명을 거치면서 음악시장은 크게 변했다. 사람들은 더이상 CD를 사지않는다.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를 택한다. 가수들도 음반이 아니라 디지털 싱글 형태로 신곡을 발표한다. 출판 시장은 훨씬 안정적이다. 지난해 미국인들은 평균 12권의 책을 읽었다. 대부분 종이책 형태로 읽었다. 가격 차이가 없을 때 사람들은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책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한번에 많은 곡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짧은 시간에 여러 곡을 들을 수 있는 음악시장에 비해 책은 한권 읽는데도 여러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차이를 낳았다.

경향신문 심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