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신화자전’ 앱의 ‘수난’

bomida 2017. 6. 30. 09:56

중국판 국어사전인 ‘신화자전’(新華字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정기개정)이다. 전 세계에서 모두 5억6700만권(2015년 7월 기준)이 팔렸다. 권수로는 성경 다음이다. 지금까지 11차례의 개정을 했고 200쇄 넘게 인쇄했다. 지난해 6월 세계기네스기록원은 신화자전을 기네스북의 ‘가장 인기있는 자전’과 ‘가장 많이 팔린 책’에 등재했다. 

이 자전은 1953년부터 출판됐지만 중국 최초의 근대 출판기관인 상무인서관에서 1957년 찍어낸 1쇄를 초판으로 친다. 올해로 꼭 70주년을 맞은 신화자전이 애플리케이션 출시와 동시에 수난을 겪고 있다.

신화자전은 최근 스마트 기기용 애플리케이션을 유료 버전과 무료 버전으로 나누어 출시했다. 무료버전은 하루에 단 두 글자만 검색할 수 있다. 더 검색하려면 유료 버전을 구입해야 하는데 판매가는 40위안(약 6700원). 사용자들은 이 가격에 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24.9위안(약 4100원)에 팔고 있는 자전을 왜 온라인에서는 더 비싸게 팔고 있냐는 비난이다. 


일부 중국 매체에서도 “신화사전의 기존 권위에만 기대서는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하기 힘들다”면서 가격 책정에 대해 ‘후진적 사고’, ‘성의 부족’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두(百度) 같은 검색 포털 사이트에서 사전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굳이 40위안이나 주고 구매할 필요가 있냐는 여론이 대부분이다.

개발사 측은 판권 비용과 소프트웨어 저작권 등을 고려할 때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콜린스, 코빌드 등 유명 영영사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신화자전 애플리케이션은 한자 뿐 아니라 어휘, 중국어 발음기호인 병음, 부수, 획순을 제공하고 필기 입력 기능, 카메라로 찍는 이미지 및 음성 인식 기능도 있다며 다양성을 강조했다. 또 CCTV 유명 앵커가 발음 듣기 기능도 추가됐다고 했다.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는 누리꾼들도 있다. 일부 누리꾼은 “여러 세대의 노력이 응축된 신화자전 애플리케이션이 스타벅스 커피 한잔 값의 가치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개발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중국 관영통신인 신화통신은 “지식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야 말로 지식은 존중하는 태도고 이를 통해 재화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나 신화자전이 지난 사회적 기능과 상징성을 고려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신화자전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권은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가장 권위있다. 초등학교 입학 준비 필수품이자 중국 지도부나 주요 인사들이 외국 귀빈에게 선물하는 주요 리스트 중 하나다.

막강한 상징성 때문에 낮은 가격 정책을 고수해왔다. 이른바 ‘돼지고기 한근 정책’이다. 1957년부터 1997년까지 40년간 1위안(약 160원)을 유지했고, 1998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11위안으로 올린 후 현재 가격(24.9위안)이 됐다.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 중국 총리는 재임 당시 직접 신화자전의 원가를 낮추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상무인서관은 고급 종이를 쓰면서도 농촌 아동들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왔다. 학습서적은 이윤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지켜온 것이다. 종이책 출판 시대의 영광을 누렸던 신화자전이 디지털 시대라는 변화 속에서 수난을 겪게 됐다.

박은경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