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출연진 인종 다양할수록 흥행 수익 높아진다” 속설 입증
영화의 주요 인물들의 인종적 다양성이 높을수록 그렇지 않은 영화보다 더 흥행에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를 수행한 다국적 연예 매니지먼트사인 ‘창조적 예술가 협회’(Creative Artists Agency·CAA)는 2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주 라구나 비치에서 열리는 협회 총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CAA는 2014년 1월~2016년 12월 사이 개봉한 영화 413편에서 주요 출연진 10명의 인종을 분석해 이들 주요 출연진 중 백인 이외 인종의 비율이 30%를 넘은 영화들이 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영화보다 흥행 수익에서 더 나은 성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향은 영화를 예산 규모별로 분석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주인공 데이지 리들리(왼쪽)와 존 보에가가 2015년 12월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by Hu Chengwei/Getty Images for Walt Disney Studios/게티이미지코리아
CAA에서 다문화 발전 그룹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티 하우베거는 이날 LA타임스에 “성공했던 영화들이 공유하고 있는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그 영화들이 다양한 관객들로부터 폭넓은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라면서 “사람들은 영화 속 세상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처럼 보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간 영화계에서는 유색인종과 성소수자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영화에서 주목받지 않았던 계층들이 더 많이 출연할수록 영화가 더 흥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런 추정은 흑인 여성 3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히든피겨스’(흥행수익 2억3010만달러)와 흑인 남성이 주인공인 ‘겟 아웃’(흥행수익 2억5120만달러)의 성공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를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했다.
CAA는 연구 기간 동안 미국 내 흥행 성적이 상위 10위에 속하는 영화들의 개봉 첫주 관객 중에서 유색인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5년에는 45%, 2016년에는 47%에 달했다고 밝혔다. 2016년 흥행 상위 10편 중 7편의 개봉 첫주 유색인 관객 비율은 50%를 넘었다. 이는 미국 내 비 백인 인구 비율인 38%를 훌쩍 넘는 것으로 성공한 영화일수록 유색인종들을 더 많이 끌어들였다. 출연진의 인종 다양성을 높여 성공한 대표적인 영화로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를 꼽을 수 있다. 주요 출연진의 인종 다양성이 40%에 달하는 이 영화의 흥행 수익은 역대 3번째(최근 8년간으로 보면 1위)로 높았다.
CAA의 연구는 인종별로 선호하는 영화 장르가 다르다는 점도 밝혀냈다. 예를 들어 흑인들은 전기 영화나 스릴러, 백인들은 드라마와 로맨스물, 히스패닉은 공포물과 애니메이션, 아시아계는 공상물과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르별로 출연진의 인종 다양성도 달라 공포물과 공상물은 백인 출연진 비율이 높았고, 코미디와 스릴러물의 경우 인종 구성이 더 다양했다.
CAA의 협회장 리차드 로벳은 “영화에 더 많은 목소리, 더 다양한 인종을 받아들여 성공한 사례들의 실제 수치를 보는 것이 제작사와 배급망을 비롯해 영화 산업계가 기회를 실제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