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글

오기사가 발로 쓴 중국, 중국인

bomida 2017. 6. 28. 21:54

ㆍ중국인은 왜 시끄러운가
ㆍ오영욱 지음 | 스윙밴드 | 312쪽 | 1만5000원

제목에 혹해 집어 들었다면 첫인상만으로 실망할지 모른다. 이해하기 힘든 점투성이인 중국인을 이해할 수 있는 인류학적 보고서를 기대했다면 말이다. 이 책은 흔해 보이는 중국 주요 도시 탐방기다. 그런데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몇장 들추기 시작하다 보면 이 여행 에세이에서 묘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공항에 내리고 도심에 들어서는 과정으로 시작되는 평범한 이야기에는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이 녹아 있다. 건축가인 저자는 흔적만 남은 성곽터와 같은 문화유산뿐 아니라 공항의 내부 모습, 길거리 간판, 골목길 형태, 호텔방 바닥, 식당가 지붕 등 일상적인 주거 공간을 만나는 순간에도 이를 문화, 역사적으로 투사해낸다. 한 공간을 통해 수천년 전의 과거나 훌쩍 떨어진 다른 나라의 특정 장소를 불러내 비교하는 데선 풍부한 식견과 경험이 느껴진다.

상하이 도심을 방문했을 때는 파리의 도시 확장 과정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지를 설명하고 시안에선 도시 변천사를 진나라부터 명나라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대비해 놓는다. 베이징에서 방문한 궁궐과 일반 가정집의 건축 특성을 한국, 일본의 그것과도 친절하게 비교해준다. 담담하게 구사하는 표현과 문장에는 건축가 특유의 감각과 질감이 살아 있다. 낡은 택시, 허름한 국숫집, 마사지 가게 등 삶의 공간에서 포착해 낸 그들의 일상은 중국을 이해하게 하는 알뜰하고 긴요한 정보가 된다.

저자는 책 제목의 해답을 건축에서 찾는다. 중국 도시의 성이나 집들 중 다수는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요새 같다. 이 때문에 소리 높여 고함을 질러 이웃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이 생겨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