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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 주연 멜로영화 ‘시절인연2’가 중국인들 사로잡은 까닭은

bomida 2017. 6. 27. 20:02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탕웨이 주연의 ‘시절인연2’ 포스터 사진 바이두

세계 최대 영화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관객들은 3D 특수효과가 돋보이는 대작을 선호한다. 최근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살펴보면 <미인어> <귀취등지심용결> <로스트 인 홍콩> 등 컴퓨터그래픽 기술인 주를 이루는 SF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주말부터 노동절(5월1일)로 이어지는 연휴 특수를 맞은 중국 박스오피스 정상은 배우 탕웨이(湯唯·37)가 주연한 멜로영화가 차지했다.

중국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 차이나박스오피스(CBO)에 따르면 2일 오후 현재 탕웨이가 주연한 <시절인연2>는 누적 박스오피스 수입 3억8193만 위안(약 669억9052만원)을 넘어 정상에 올랐다. 3D 영화관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2D 멜로 영화의 선전은 이례적이다. 이 영화는 개봉 첫날인 지난달 29일 로맨스 영화 최초로 오프닝 수입 1억 위안을 기록한 데 이어 이틀 만에 수입 3억 위안을 돌파하는 등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세계에서 6억8479만 달러(약 7791억원)를 거둬들이며 3주 연속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흥행작 <정글북>은 2위로 밀렸다. 

중국 언론들도 자국 멜로 영화의 이례적인 흥행에 주목한다. 관영 인민라디오방송(CNR)은 2일 <시절인연2>의 인기를 전하면서 “최근 흥행한 국내 영화가 SF, 코미디였는데 반해 전통적인 로맨스물인 <시절인연2>의 흥행은 특별하다”며 “기존 멜로 영화 흥행 1위인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2013)이 보유한 7억2000만 위안 수입 기록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절인연2>는 국내에는 2014년 개봉된 <시절인연>의 속편으로 마카오 카지노에서 일하는 여주인공(탕웨이)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남자주인공이 편지로 교감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지 매체들은 편지라는 고전적인 방법을 이용한 사랑이 오히려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탕웨이 주연의 ‘시절인연2’ 포스터 사진 바이두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탕웨이 주연의 ‘시절인연2’ 포스터 사진 바이두

봉황망은 2일 “편지를 매개로 한 탕웨이와 우슈보의 감정이 관중들을 사로 잡아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며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하는 관객들이 많고 감독이 창작한 시나리오도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판 페이스북인 웨이보에 올라온 영화평도 ‘멜로 감성’에 대한 칭찬이 주를 이룬다.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고독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담아냈다”(아이디 Emma童), “나이든 사람들의 성숙한 감정이 관객들이 마음을 움직인다”(一点i媒體)는 등 영화가 가진 감성을 높게 평가했다. 7억 가까운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정보기술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에서, 멜로 영화 한 편이 20세기식 연애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박은경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