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가 백인일색? 할리우드가 백인일색!
오는 28일 오스카 시상식에 남여주연상 및 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 모두 백인입니다.
오는 주말(28일) 막을 올리는 아카데미상(오스카) 시상식이 시작 전부터 ‘백인만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으며 도마에 올랐습니다. 2년 연속 남녀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오른 20명이 모두 백인으로 채워졌습니다. 흑인 감독 게리 그레이가 만든 <스트레이트 아우터 컴턴>이 각본상 후보에만 이름을 올린 정도입니다.
이는 아카데미 시상식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달 14일 열린 영국아카데미 시상식(BAFTA)도 같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연기부문 후보 20명 중 흑인은 TV드라마 <루터>의 이드리스 엘바가 유일합니다.
아만다 베리 BAFTA 집행위원장은 시상식이 열리기 전날 일간 텔레그래프에 “시상식을 앞두고 흑인 연기자들이 항의시위를 벌이는 것을 이해한다. 우리 영화산업의 다양성이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수상자 풀도 (인종적으로)다양하지 못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베리 위원장의 말이 맞습니다. 오스카나 BAFTA이 백인일색인 근본적인 이유는 영화산업이 백인일색이기 때문입니다. ‘백인일색’을 숫자로 확인해보겠습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저널리즘 스쿨은 해마다 할리우드 산업의 인력구조가 성별로, 인종별로 얼마나 다앙한지를 조사한 보고서를 냅니다. AP가 21일(현지시간) 이 대학의 최근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다양성에 관한 아넨버그 종합보고서’는 2014년에 대형 제작자가 만든 영화 109편,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방송된 305개 TV시리즈의 1만 1306개 대사 있는 배역을 분석한 것입니다. 보고서의 결론은 “할리우드는 아직도 백인, 남자, 이성애자의 조직”이라는 겁니다.
![[월드 in 컬처]오스카가 백인일색? 할리우드가 백인일색!](http://img.khan.co.kr/news/2016/02/22/l_2016022201002765500214693.jpg)
대사가 있는 배역 중 여성은 3분의 1정도, 백인이 아닌 인종적 소수집단도 3분의 1정도에 그쳤습니다. 그 중에서도 영화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별 균형을 유지한 영화는 전체의 8%, 인종적 균형을 유지한 영화는 7%로 방송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반면,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방송의 시리즈가 성별 균형을 유지한 비율이 각각 21%, 23%였습니다. 인종적 균형을 유지한 비율은 각각 19, 13% 였습니다.
뉴미디어를 활용한 넷플릭스, 훌루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좀 다를까요. 결과를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성별 균형 유지비율은 18% 였지만 인종균형 유지비율은 2%로 업권 중 가장 낮았습니다.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문제로 가면 더 심각합니다. 1만여개 배역 중 성소수자 배역은 단 7개(2%)였고 이중 4개는 한 TV시리즈에 몰려 있었습니다.
스크린이나 TV화면에 나타나는 배역 뿐 아니라 누가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지도 중요하죠. 이번 조사보고서는 ‘뒤’에서 일하는 영화감독, 작가, 제작자 등 1만명도 조사했습니다. 영화감독 4284명 중 여성은 3.4%였습니다. 영화감독의 87%가 백인이었고 TV 연출자의 90.4%가 백인이었습니다.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셰릴 분 아이작스 위원장(오른쪽). 사진 AMPAS 웹사이트
오스카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여론의 질타 끝에 개혁을 선언했습니다. 셰릴 분 아이작스 AMPAS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아카데미 회원 중 여성과 소수자 비율을 2020년까지 2배 이상 틀리고 회원의 투표권을 10년으로 제한하는 개혁안을 내놓았습니다. 아카데미 회원명단은 공개되지 않지만 투표권이 있는 회원 중 백인이 90%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작스 위원장은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AMPAS 위원장 자리에 오른 인물입니다. 아이작스 위원장이 다양성 개혁안을 말하면서 한 발언은 위 보고서에 나타난 할리우드의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영화산업이 따라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이제는 아카데미가 주도하겠다.”
경향신문 이인숙 기자